아내가 아프다.
토요일까진 괜찮았는데, 주일이 되니 열이 펄펄 끓는다.
몸살이다. 그것도 아주 심한.
6살 아이는 엄마와의 유대감은 어디다 갖다 팔아버렸는지
연신 엄마한테 TV 봐도 되는지 물어보기 바빳다.
"찬의야. 엄마 아프셔. 먼저 엄마 괜찮으신지 물어봐야지~!!"
"엄마 많이 아파? 근데 TV 봐도 되요?"
분명 TV 가 사람을 망치고 있는게 틀림 없었다. 조만간 TV 를 집에서 모두 치워버리리라.
아내가 고열에 시달리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얼른 약을 사다 주고,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것. 그건 예정된 순서였다.
안타깝게도 집 주면에는 일요일날 문을 연 약국이 없었다. CU 는 다른 편의점과는 다르게 상비약을 구비해 놓았다. 평소 타이레놀을 자주 사다 먹었는데, 역시나 감기약도 2종류나 있었다.
판피린F 와 판콜A. 그러고 보니 뭔가 이름 구조가 유사했다. 편순이 님께 잠시 설명서좀 읽어보겠다고 두개를 다 달라고 해서 꼼꼼히 읽어 보았다. 판피린F 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주로 들어 있었고, 판콜 A 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이외에 뭔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이걸로 주세요. 판콜 A 를 내밀었다.
아내에게 사다주고 아이와 함께 교회에 갈 준비를 했다.
찬의는.. 잘 모르겠다. 엄마보다 아빠를 좋아한다. 나도 그다지 뭔가 해주는건 아닌데, 날 더 좋아한다.
그래서 조금 부담스럽다. 부모를 향한 사랑이 비슷하지 않다는것에 대한 부담감.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는 부담감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나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교회를 갔다가 마트에도 갔었다.
이마트에서 테트라팩을 반납하면 개당 200원을 적립해 주는 아주 획기적인 이벤트를 했기 때문이다.
이날 100개가 넘는 테트라 팩을 반납했다.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보낸 나는 도무지 알길 없는 나의 마음의 이끌림을 따라 하루 종일 함께한 아이와의 유대감을 한층 더 돈독히 했다. 힘들지도 않았다. 아이와 있는 이시간이 행복했다.
하루종일 아프고 연약해진 아내를 보며.. 오히려 더 사랑했으리라.. 기운 넘치는 아내보다는 연약하고 시들어진 아내를 더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이 든건 왜일까.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도 참 오랜만이지만 새벽에 쓰는 글은 나중엔 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쓰게 된다.
다신 열어보지 말자. 오늘의 일도. 오늘의 기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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